
홍콩 타이포 왕푸 코트 화재 참사,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비극
홍콩 타이포(Tai Po) 지구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왕푸 코트(Wang Fuk Court)’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홍콩 역사상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이 전하는 소식은 그야말로 절망적입니다.
7개동 휩쓴 43시간 동안의 발화 실종자 200명 육박 파악조차안되
지난 11월 26일 수요일 오후에 시작되어 무려 43시간 동안이나 이어진 화마는 7개 동을 휩쓸었고,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최소 159명에 달합니다. 여기에는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소방관 호와이호(Ho Wai-ho) 씨도 포함되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실종자가 200명에 육박해 사상자 집계에 큰 혼선이 있었으나, 수색이 진행될수록 아파트 내부와 복도, 계단 곳곳에서 시신이 발견되며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일부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신원 확인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녹색 망과 대나무 비계로 둘러싸인 왕푸 코트 아파트
계단은 탈출구가 아닌 무덤이었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그날의 현장은 생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불길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지자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비상계단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유독가스와 열기로 가득 찬 계단은 이미 탈출구가 아닌 죽음의 공간이었습니다.
구조대의 진입과 주민들의 탈출이 뒤엉킨 좁은 계단 곳곳에는 연기에 질식해 쓰러진 이웃들의 시신이 즐비했습니다. 생존자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무언가 발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 애썼는데, 그것이 사람의 몸이었다”며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살기 위해서는 쓰러진 이웃들을 밟고 지나가야만 했던 그들의 처절한 생존기는 듣는 이들을 전율케 합니다. 또한, 불길을 피해 아이를 감싸 안고 뛰었던 필리핀 가사 도우미 레이날린 씨의 사연과, “엄마가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6살 아들을 둔 인도네시아 도우미 에라와티 씨의 마지막 통화 내용이 알려지며 홍콩 사회를 눈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 홍콩 왕푸 아파트의 단지 평면도 8세대가 모두 붙어있는 구조로 피해가 극심하게 번졌다

특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F동과 E동 희생자가 제일 컸다.
가짜 안전이 부른 참사, 예고된 인재였다.
이번 참사가 이토록 커진 원인은 명백한 인재(Man-made Disaster)였습니다. 화재 당시 왕푸 코트는 대규모 리노베이션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던 대나무 비계와 그 위를 덮은 녹색 그물망(Netting)이 문제의 핵심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이 그물망은 화재에 취약한 싸구려 자재였으며, 심지어 안전 인증서가 조작되었다는 정황까지 포착되었습니다.
불은 이 인화성 그물망을 타고 건물 외벽을 따라 순식간에 위아래로 번졌고, 창문을 통해 불길이 집 안으로 침투하는, 일반적인 아파트 화재에서는 보기 드문 양상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화재 경보 시스템은 이미 5월부터 결함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되어 있어, 불이 났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대피 방송조차 듣지 못한 채 화마에 갇혀버렸습니다.

- 리모델링중 업체가 창문에 사생활 침해 방지의 목적으로 싸구려 가연성 물질인 스티로폼 으로 창문을 가려놔, 화재가 더컸을 뿐더러 밖의 상황을 쉽게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썩어빠진 (Rotten) 리노베이션 업계의 탐욕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홍콩의 “썩어빠진(Rotten)” 건축 및 리노베이션 업계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비판합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자재를 사용하고, 관리 당국을 속이기 위해 서류를 위조하는 관행이 만연했다는 것입니다. 화재가 발생하기 일주일 전에도 노동부의 경고가 있었지만 무시되었습니다.
홍콩 정부는 뒤늦게 홍콩 전역의 공사장에 설치된 비계 그물망을 3일 안에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관련 업체 대표들을 체포하는 등 수습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탐욕과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이 거대한 비극 앞에서, 159명의 희생과 유가족들의 슬픔은 무엇으로도 위로받기 힘든 상황입니다. 홍콩은 지금 도시 전체가 슬픔에 잠겨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