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신용 역할 더욱 커질 것”
1블랙록이 말한 핵심 — “이제 핵심 수단이 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발표한 ‘2026 중반 글로벌 전망(2026 Midyear Global Outlook)’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사모신용(private credit)과 사모 인프라(private infrastructure)가 더 이상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부차적 수단이 아니라, AI 인프라 구축 자금을 조달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공모채권, 사모대출, 인프라 지분투자는 형태만 다를 뿐 결국 같은 데이터센터 같은 실물 자산에 자금을 대는 수단이다. 블랙록은 투자자들이 이 상품들의 ‘이름표’만 보고 위험을 구분하려 하면, 실제로 위험과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놓치게 된다고 지적한다. 겉보기에 잠잠한 신용 스프레드(금리 차) 지표가 이 자금조달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가리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문제의식이다.
실제로 블랙록이 자체 집계한 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챗GPT가 출시된 2022년 이후 전 세계 사모 인프라 데이터센터 거래가 급증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통상적으로 주시하는 광범위 신용지수는 표면적으로 평온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블랙록이 짚은 간극이다.
2왜 사모신용이 AI 자금조달의 중심이 되나
- AI의 압도적 자본 집약도: AI 인프라 구축에는 전력, 반도체, 메모리, 데이터센터 용량이 필요한데 그 확보 속도가 공모시장(주식·채권시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빨라지고 있다. 이 자금 수요의 상당 부분이 사모신용과 사모 인프라로 밀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 자원 경쟁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전망: 블랙록은 향후 자원(전력·칩 등) 확보 경쟁이 AI 생산성 향상 효과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면서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이런 환경에서는 대출자 보호 장치와 회수 가치가 탄탄한 사모신용 구조의 가치가 더 부각된다
- 비유동성 감내도가 진짜 배분 기준: 블랙록은 사모시장 익스포저를 고정된 목표 비중이 아니라 투자자 개인의 비유동성 감내 능력에 따라 조절해야 하는 변수로 규정한다. 순수 공모시장 노출에서부터 상당한 규모의 사모 인프라 부채·지분 포지션까지 스펙트럼을 넓게 잡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블랙록은 AI를 구축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레버리지(부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짚는다. 투자는 앞서 집행되는데(front-loaded) 그에 따른 매출은 뒤늦게 발생하는(back-loaded) 구조이기 때문이다. 컴퓨팅 자원·데이터센터·에너지 인프라에 필요한 선행 투자와, 그 투자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의 시차를 메우기 위해 AI 기업들이 부채를 활용해 이 ‘자금조달 공백’을 넘어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정부 부채가 이미 높은 상황과 맞물려 채권금리 급등 같은 충격에 취약한, 레버리지가 높아진 금융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블랙록은 진단한다. 이런 자금조달을 사모신용과 사모 인프라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3채권시장 지표는 왜 잠잠해 보이나 — 숨은 위험 신호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사모신용의 스트레스(부실 징후)가 일반 투자자들이 훈련받은 방식과 다른 경로로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블랙록은 사모신용 시장의 스트레스가 부도율(default rate)이 실제로 움직이기 전에 먼저 감지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 경로는 두 가지다. 첫째, 차입자들이 사모펀드(PE) 투자자의 자금 회수(exit)를 기다리며 버티는 형태로 나타난다. 둘째, 보험사들이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즉 투자자들이 훈련받은 대로 ‘신용 스프레드 확대’만 지켜보면 이런 초기 스트레스 신호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랙록의 다른 보고서는 소프트웨어 관련 대출에서 이미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2020~2021년에 매입된 딜(거래)들이 여전히 오늘날의 disruption(파괴적 혁신) 위험을 반영하지 못한 배수(밸류에이션)로 평가되고 있고, 소프트웨어 대출의 약 30%가 2028년까지 만기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관련 레버리지론 가격은 최대 15~20포인트 하락했고, 소프트웨어 주식은 연초 대비 약 30% 하락한 상태라고 블랙록은 짚었다(자료 기준일 2026년 2월 20일).
블랙록은 극단적인 시나리오(부도율 25%, 회수율 20%)를 가정해도 예상 손실이 800억 달러 수준으로, 민간 부문 전체 순자산 232조 달러에 비하면 시스템 전체를 흔들 사건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직접 노출된 투자자에게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이며, 동시에 현금흐름을 정밀하게 심사하고 구조를 신중하게 짤 수 있는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4숫자로 보는 AI 자금조달 규모
블랙록,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와 주변 에너지망을 함께 확충하기 위해 총 1,000억 달러 규모의 공동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전력 공급이 AI 성장의 병목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업계 차원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AI가 요구하는 에너지 수요는 향후 10년 안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5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 자산 배분 시야 확대: 오늘날 AI 데이터센터에 자금을 대는 통로는 공모채권, 사모대출, 인프라 지분 등 세 갈래로 나뉘지만 밑바탕 자산은 동일할 수 있다. 상품의 ‘이름’이 아니라 밑바탕 현금흐름을 봐야 한다는 것이 핵심 조언이다
- 분산이 아니라 의도적 보유: 소수의 거대한 힘(mega force)이 시장을 움직이는 국면에서는, 겉으로 분산투자처럼 보이는 배분이 실제로는 큰 방향성 베팅일 수 있다며 위험을 무분별하게 분산시키기보다 의도적으로 보유하는 접근을 강조했다
- 자산기반금융(ABF) 기회 확대: 블랙록은 사모신용 내에서도 자산기반금융 분야에서 2026년 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금리 우량 사모신용(private high grade credit) 수요도 지속 확대되는 추세다
- 개인 투자자층의 유입: 웰스(자산관리) 투자자 등 새로운 고객군이 ELTIF, LTAF 같은 에버그린 펀드 구조를 통해 사모시장 배분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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